기대맛 아이스크림

기대맛 아이스크림

조금은 시적이지 않을 그런 이야기가 펼쳐질 예정인 오늘이다.
어린시절 나는 졸업식날 우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.
오히려 그 숨막히는 기분들이, 그러니까 내가 우물 속에 빠져 발버둥 치는 한 마리의 개구리 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사라지는 날이었으니까
나만의 최선은 그런 것이다, 절대 기대하지 않기 기대는 아이스크림 같은 것이라서 쌓으면 쌓을수록 무너져내릴 거라고
시간이 째깍째깍 거릴 때마다 녹아내릴 거고 언젠가는 땅 속으로 잠겨버릴 거라고
나는 이제 더이상 을이 될 수는 없어,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연애에 있어서는 갑이었던 것 같다.
어쩌면 연애가 아니라면 사랑받는 일에서 내가 갑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아서일지도 모른다.

오래된 친구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했다.
과연 내가 디아과 수업을 들으면서 행복했던 건 동전의 앞면일까 뒷면일까
그건 그냥 그런 거지. 내가 아무리 거기에 있어도 나는 걔네랑 다를 테니까 멀리서 본거야, 그래서 희극이었던 거지 뭐

사실 당시엔 너한테도 말을 못했는데 편입 수학을 잠깐 봤어. 그러다 문득 이렇게 가다간 결국 내가 또 질 것 만 같은 기분이 들었어
그 이야길 이제야 하면서 다시는 엄마한텐 을이 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.

나는 더 이상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싶지 않아, 그래 더는 단 게 필요하지 않을 거야
그래야만 할 거야. 사실 할 말이 많지 내가 하지 못한 말 중 하나는 가끔은 아이스크림이 필요했단 걸지도 몰라

그래서 넌 디아과 수업을 들을 때 왜 행복했니
글쎄, 그건 어쩌면 복숭아 일줄 알았던 아이스크림이 실은 딸기여서 일지도 몰라

괭시니
괭시니 예술대학과 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한 참신한 개발자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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